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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29 November 2021

빨간책 신봉자들을 혐오하는 이유

예전부터 소위 '물리 동인계'에서는 파인만 강의록이 주요 텍스트북이 되어 있는 모양이다. 최근 유튜브가 뜨면서 그런 사람들이 유튜브에도 나타나고 있는 모양인데, 예전부터 그 빨간 책에 손이 잘 가지도 않았지만, 요새 그 책을 신봉하고 떠받드는 인간들을 보면, 그 책만 읽고 자기가 물리의 대가라고 착각하는지 뭔지 모르겠지만, 자기보다 잘 모르는 소리 하는것 같은 사람이나, 자기가 생각하는거랑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공격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 책이 비교적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지고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기본적인 배움의 자세와 예의도 되어 있지 않은 인간들이 주로 읽는 책이라고 하니 정이 가지 않는것도 사실이다. 만약 파인만 강의록이 아주 놀랍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신들이 그만큼 물리적인 개념에 익숙치 않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좋다. 물리 공부를 조금이라도 해본사람들이 그 책을 본다면, '당연한것들을 좀 재밌게 써놨네'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또한, 하나의 책에 감탄을 느꼈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가지 다른 의견들이나, 같은 주장이라도 다른 식으로 쓰여진 문장에 전혀 익숙치 않다는것, 그리고 그 분야를 공부함에 있어서 필요한 수년간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뜻일것이다. 당신이 수십년간 textbook을 보고, 문제를 풀어보고, 그리고 학교에서, 혹은 정답지에서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배울때마다, 당신이 책의 '문장'을 보고 멋대로 오해하면서 습득한 추상적인 개념과 이미지가 수정되며 망치질 당하며, 그렇게 학계에서의 '대부분의' 공통된 개념이 당신의 머리속에도 비슷하게 자리잡게 되는것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타인에게 전달하는것은 매우 어렵다. 구체적인 사례에서의 '잘못됨' '충돌'을 통해 교정됨으로서만이 서로 비슷한 개념을 공유하는것을 가능케 하는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된 학교도 다니지 않고, '이 책을 보고 감명받았다'든가하는 인간들이 혼자서 파고들기 시작하면 결국 이상한 사이비학자가 되는것이다. 학계를 보고 폐쇄적이다 권위적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는것이다. 적어도 누구나 학계에 들어올수는 있다. 당신이 돈을 내고 학교를 제대로 다니고, 교수들의 말에 귀를 열고 받아들일 자세만 되어있다면 말이다.

잘난척하는 인간들보고 입닥쳐라고 하는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실수하는 인간들에 대한 관용이 없다면 새로 진입하는 사람들을 막는 일이 된다. 그리고 이 세상 누구도 100% 옳은 말을 하는 인간은 없으며, 옳음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이 생각하는것과 다르다고 상대를 인신공격하는 것만은 그만두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상대가 멋모른소리를 한다고 화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사람 주변에는 자기보다 모르는 사람들만 봐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져줘서 기뻐할지언정 화는 내지 않는다. 당신이 다른사람의 말을 보고 화가 난다면, 당신이 그것에 대해 잘 안다고 뽐내고 싶어하기 때문이거나, 당신이 그것에 대해 이론적으로는 잘 모르지만 경험적으로 스스로 만들어낸 어떠한 법칙에 대해 부정당했을때 자신에 대해 부정당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법칙에 반하는 사례를 당신 스스로도 수차례 경험했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 화가 날것이다. 미안하지만, 경험없는 이론도 쓸모가 없지만, 이론없는 경험도 쓸모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이것 또한 사이비 이론을 만드는 한 방법인것이다.

진정한 학자는 상대가 내가 잘 모르는 소리를 했을 때, 그 사람이 쓰는 언어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학문에서는 용어의 정의가 우선이며, 이것은 분야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고나서는 그 용어를 이용하여 설명하고자 하는 추상적인 개념을 얻고자한다. 토씨하나하나 따지는것이 아니라.

어쨌든 지금까지 봐온 인간군상들을 보자면, 반혐오주의를 외치는 혐오주의자, 반지성주의를 혐오한다고 외치는 반지성주의자들이었다. 어찌나 거울처럼 똑같던지. 아니, 오히려 한국에서는 저런 안티-안티가 원래의 안티보다 더 숫자가 많아져서 오히려 더 안좋아보인다. 어그로가 쉽께 끌리는 민족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지 않고 다수의 흐름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 그런것일 것이다. 그러면서 본인 머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 이유를 물어보면 그저 화내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인구의 대부분일 것이다. 남들보고 닥치라고 하는 사람들. 반반지성주의를 가장한 반지성주의자들. 당신들이야말로 닥쳐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