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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19 May 2024

F1 대회의 진짜 문제

 단점에 대해서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진짜 문제와 개선책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그저 비난만 하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F1 영암대회는 진짜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어지지 않고 그저 엉뚱한 비난만 당하는 것 같다. 당시 나는 2011~2013년 한국대회를 다녀왔고, 목요일 프로그램이 없는 대회임에도 목요일 답사, 그리고 2014년 사후 답사도 다녀왔다. 관련 관계자와 친분도 있어 내부 사정도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F1팬은 서로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소규모였다.) 

나는 한국그랑프리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본다. 해외에서도 당시 다른 그랑프리에 비해 비슷한 조건에서도 과하게 비난을 받고 있었고, 국내에서도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보니 더더욱 비난을 받았다. 그것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듯 하다. 대회 준비 측면에서도 주최측이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보니 모터스포츠의 부흥을 위한 이벤트 뿐 아니라 사실 기본적인 화장실 문제나 노면 상태 등 기본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도 없었다. 그렇긴 하지만, 뜯어놓고 보면 각각의 요소가 다른 그랑프리에 비해 뒤진다고 말하기는 어렵고 오히려 나은 부분도 있었다. 물론 그것들을 합쳐놓았을 때 정말 후져보이는 것은 운영이 잘못하고 있었던 부분이긴 하지만, 사실 가장 큰 공이 있는데, 그건 수익이다.


<출처: 매일경제>

보다시피, 당시 운영측은, 첫 대회 이후 제기된 많은 문제들, 호텔 바가지 문제, 교통 부족문제 등을 파악하고, 모텔 가격 통제, 셔틀버스 운행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또한, 개최권료 협상 등을 통해서도 적자폭을 계속해서 줄여왔다. 이대로만 개최되었어도 바로 다음 해인 2014년에는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남도지사 선거와 맞물리고, 이낙연 측이 선거에 'F1은 돈낭비'라는 프레임을 가져옴에 따라, 노력끝에 줄여놓은 개최권료에도 불구하고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미 2013년 개최 이전에 전남도 측에서는 손을 놓은 듯 하다. 이미 개최 중단 신호는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었다. 여론을 의식한 듯 개최권료를 줄여주면 가능성이 있다는 듯 뉴스를 내보내긴 했지만, 사실상 박준영 도지사의 독단에 의한 사업이라 도지사가 바뀌면 흐지부지될건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한국 모터스포츠의 진짜 문제는 투자부족이다. 기업도 정부도 밥이 다 될려고 하면 엎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이유는 인기부족이다. 국민들이 왜하냐고 아우성을 치니 당연히 하다엎고, 하다엎고, 돈만 낭비되고 거두는 효과가 없다.

당시 한국 그랑프리가 년년 개선되는 점이 없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정말 한국 그랑프리를 다녀온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다녀온 사람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매년 접근성이 좋아지고 불편함이 줄어들었다. 와중에 화장실 확충 안되고 사람들 다니는 곳에 잔디없이 흙바닥으로 방치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입지로 비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영암이라는 입지는 다른 서킷에 비해 분명 나쁘지 않았다. 다른 어느 나라에 서킷이 도심에 있는가. 상하이나 세팡 같은 아시아의 신생 서킷이나 입지 좋은 곳에 있지, 유럽이나 일본의 전용 서킷은 하나같이 시골 깡촌에 있다. 왜냐하면 서킷이란것의 기원이 안쓰게 된 공항부지를 개조하거나, 시골길에서 와인딩 하던 코스를 개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근처 소도시의 숙박시설정도는 F1 개최시에 금방 차버리기 때문에 근처 메트로폴리스 규모의 도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묵는 숙박처가 된다. 스즈카의 경우에는 나고야에 대부분이 사람이 '놀랍게도' 묵는다. 그 많은 외국인들이 몸도 옴짝달싹 못하는 지옥철에 구겨넣어져 몇시간을 달린다. 심지어 모나코 그랑프리도, 모나코에 묵을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에, 근처 니스나 여러 도시에 묵는데, 이때도 그 큰 유럽열차가 만원이라 열차 바깥에 매달리고도 탈 자리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가야할 지경이다.

그에 비하면 한국 그랑프리는 확실히 쾌적했다. 목포에 모텔도 충분했고, 가격에 걸맞지 않게 7,8 만원 주고 모텔에 묵고 싶지 않으면 광주에 묵을 수도 있었다. 광주에서 열차를 타고 목포역에 내리면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어서 서킷까지 데려다주었다. 정기편으로는 서킷까지 대중교통이 시골 버스 한 대뿐이라 주최 측에서 대절하는것은 어쩔수 없긴 했지만, 사실 주최측에서도 많이 해준것이다. 세계 어떤나라에서도 무료로 셔틀을 제공해주는 곳이 없다. 주최측에서 제공해주는 임시셔틀이라고 해도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돈을 받는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돈을 받고 셔틀을 운행하는 것이 맞는것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하나있는데, 도보로 접근 가능한 거리에 역이 있어야한다. 대불선에 열차를 정차시켰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것만이 조금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것 자체가 드물게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이었고, 이는 주최측에서 많은 비용을 써가며 노력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이동시간도, 스즈카에서 지옥철 1시간, 대기시간 2시간을 겪어보면 광주에서 이동하는 것도 그닥 문제는 안된다. 그럼에도 싸보이고 시설이 안되어있다고 보인다면, 아마 지방도시에 제대로 된 호텔이 없다는게 진짜 문제일 것이다. 다른나라에서는 10만원짜리 모텔도 있고 100만원, 1000만원짜리 호텔도 있다. 우리나라는 숙박시설의 질이 일본보다도 안좋아서, 모텔이나 관광호텔정도만 있고, 정말 고가에 제대로 된 호텔에 묵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줄수 없다는것이 다른 개최도시와의 큰 차이였다. 솔직히 숙박에 바가지씌우는건 해외가 하면 더 했다. 모텔 바가지 논란 이후에 주최측이 모텔들과 담합하여 낮은 가격에 공급하도록 가격 안정화를 시켰는데, 시즌정가제는 맞는 방향이지만, 높은 가격이 문제가 아니고 숙박의 질이 문제였다. 영암이나 목포등 인근에서는 최소 10만원짜리 숙박의 질을 유지하면서 100만원 정도 받고, 광주에서는 비교적 저렴하게 묵을수 있게 하는게 맞는 선택이었는데, 목포에 2만원도 안하는 질의 숙박을 10만원, 20만원 받으니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그리고 참고로, 당시 우리나라와 비교될만한 좋은 예가 있는데 인도그랑프리이다. 2011년에 처음 개최되었는데, 인도도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할때처럼 서킷에 흙먼지 휘날리는 아주 안좋은 서킷이었다. 하지만 인도는 굉장히 가능성있는 곳으로 언급이 되고 우리나라는 첫대회때 굉장히 안좋은 취급을 받는 것을 보면서 조금 부당하다고 생각이 들긴 했다. 물론 우리나라가 더 기대를 많이 받기 때문에 더 실망을 많이 한것이겠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러니인것이, 한국 첫대회 2010년 당시 서킷 인증도 편법으로 개최 며칠전에서야 받고 노면에 기름떠다니고 흙먼지 날리고 하는 상태였던게, 흥행에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레드플랙으로 중계시간도 3시간이 넘어간데다가, 너무나 극한 상황으로 당시 챔피언십 1,2위였던 레드불 콤보를 둘 다 날려버려서, 당시 한국 포함 시즌 3경기 남은 상황에서 챔피언 후보가 5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유지시켜주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알론소가 오랜만에 우승하여 챔피언십 선두에 서게 되고, 결과적으로 한국 전까지는 웨버가 선두였지만, 한국 이후는 알론소가 선두, 그리고 마지막 아부다비에서도 마지막까지 챔피언을 알 수 없는 상황까지 간 끝에 베텔이 챔피언십을 획득하게 된것이다. 그러니까 베텔의 시대를 열게 된 중요한 그랑프리이기도 하고, 이러한 예측불허의 전개로 대부분 생소해하는 한국민들을 F1 팬이 되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 당시 붐은 상당했다. KBS, MBC 등에 동시에 크레인 업체 이름이 나오는 걸 보자 다음해부터 너도나도 광고를 넣기 시작했고, 1등이 하나 둘 계속 리타이어를 하는 흥미진진한 경기를 보면서 다음 해에도 경기를 보고자 하는 사람이 늘어났고, 이는 분명 티켓 판매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당시 목포시민들이 F1 규정을 꿰고 있을 정도였다. (V8 에서 V6로 바뀌는 것을 아쉬워하는 식당 사장님이 계셨다.)

그래서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나라가 확실히 물가도 싸고 편리했다. 숙박요금, 식비 모든 것이 다른 어떤 개최국가(인도같은 나라는 제외)와 비교해도 싸고, 교통도 주최측의 제공으로 어떤 나라보다 편리하고 쾌적했다. 국민들이 불만사항으로 당시 명확히 제시한 것들을 다 해결한 셈이다. 하지만 사실 해결해야할 문제는 그것보다는, 시설확충과 투자였다. 화장실을 늘리고 사람들이 걷기 쉽게 하고, 영어안내문을 게시하고. 그리고 서킷운영을 상시해야하고.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된듯하다. 우리나라 유일의 Grade 1 서킷으로써 많은 모터스포츠 대회가 영암에서 개최되고 있다. F1 대회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된것이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기반 부족이다. 이러한 기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게 아니다. 영암서킷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첫 기반 시설이 지어지고, 그 위에서 여러 대회가 열리고 있다는것 자체가 기반을 닦는 일이고, 지금도 여러 인재들이 발굴되고 있다. 요새 비용문제로 올림픽경기장들도 개최 이후 헐리는 일이 전세계에서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러한 시설이 남아서 계속 쓰인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기반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나는 전라도 사람도 아니고 서쪽이랑은 연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나라에 지식인이라고 행세하고 다니는 사람들조차 이런 인터넷 커뮤니티적인 편견에 찌든 채로 산다는 걸 생각해보면, 어느나라나 사람은 다 비슷한가보다. 위대한 위인들도 인간적으로 보면 비꼬는 사람도 많고 찌질한 사람도 많은것처럼. 너나 나나 모두다 그저 별볼일 없는 인간이구나. 그렇게 살기로 하자.

두서없이 쓴 글이니 너무 비난하지는 말아달라.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해서라면 말해줄 수 있다. 팬덤으로 치면 1세대이고 한국에 아무데서도 안할때 영국채널들 보고 했던 세대니까.

이동시간 1시간으로 비꼬는거보면 흥행안되는 나라들만 가보셨나보다. 몇시간 이상 걸리는게 정상이지. 아시아쪽은 흥행 잘 안되니까 억지로 공항쪽에 붙여서 지은거고. 우리가 선진국을 따라해야지 후진국을 따라하나? 우리 사정에 맞춰야한다? 일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유럽따라서 깡촌에 짓고 (국도1호선상에 짓긴했지만) 잘만 성공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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